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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금쪽같은우리집] 아직도 '아메리칸 스탠다드'? "요즘은 국산도 잘나가요"

최근 주택 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면 리모델링 대신 살던 집을 부분적으로 수리해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실용성에 방점을 찍은 부분 리모델링족이 증가하자, 인테리어의 핵심 중 하나인 도기와 수전 업계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아메리칸 스탠다드' '한스그로헤' '콜러' '엑센트' 등 고가 수입 브랜드를 우선시하던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A/S가 용이하고 실용적인 국산 브랜드를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있어 보이는' 외국 브랜드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 씨는 내년 초 욕실과 주방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다. 원래 전면 리모델링을 할 생각이었으나, 원자잿값 급등과 금리 인상으로 견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면서 포기했다. 대신 A 씨는 약 2000만원을 들여 욕실 2개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그런데 A 씨는 도기(욕조·변기·세면대 등)와 수전(수돗물을 나오게 하거나 막는 장치) 브랜드를 결정하기 시작하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최근 해외 직구 채널이 늘어나면서 예상보다 집에 들일 수 있는 도기와 수전 브랜드가 다양하고 가격과 콘셉트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기왕 돈과 품을 들여 고치는 것 호텔처럼 멋지게 고치고 싶어 외국 브랜드 카탈로그와 제품을 집중적으로 봤다"며 "그런데 전시장도 가보고 하니 요즘은 국내 브랜드도 디자인이 좋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서 마음이 흔들린다"고 했다. 국내 도기와 수전 시장은 외국과 국내 브랜드로 양분돼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외국 브랜드는 미국의 아메리칸 스탠다드와 콜러, 독일의 한스그로헤, 스위스의 욕실 전문 브랜드 엑센트 등이다. 대부분 최고급 주택 또는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가격대도 비싼 편이다. 외국 브랜드는 국산 브랜드의 비슷한 사양의 도기나 수전과 비교해 약 5~40%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수전과 도기에는 보통 제품 표면에 브랜드명이 표기돼 있다. 방문자가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지 금세 알아챌 수 있기 때문에 비싼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급 호텔과 강남권 신축 아파트 등에서 주로 외국 제품을 쓰다 보니 아메리칸 스탠다드나 한스그로헤 등의 제품은 모두 비싸고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 37조원, 2030년 4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모델링 성장세에 따라 욕실 리모델링의 외연도 점차 확대 중이다. 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욕실 인테리어 시장은 연간 5조원대 규모로 4년 전 3조원대에 비해 약 66% 성장했다. 향후 3년 내 8조원대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리모델링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욕실이 휴식 공간이 됐다. 여기에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만족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위기다. 마음에 드는 외국 브랜드의 변기나 세면대, 수전 같은 것들이 국내에 없으면, 해외 직구를 통해서라도 설치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예전만 해도 설치가 복잡한 수전이나 비싼 도기를 설치하지 못하는 업체가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한다. 요즘에는 프리미엄 욕실 제품만 취급하는 인테리어 업체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산의 약진 외국 브랜드가 위세를 떨치는 가운데 최근 국산 브랜드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산 도기와 수전 브랜드로 알려진 '대림바스'와 '이누스' 등은 제품 판매를 넘어 욕실 리모델링 시장에 도전하면서 외연을 키우고 있다. 바로 욕실 전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한 브랜드가 시공하는 토털 인테리어 서비스다. 대림바스는 지난 2010년 토털 욕실 리모델링 브랜드인 '대림바스플랜'을 론칭한 뒤 욕실 분야의 강자로 떠올랐다. 대림바스는 내년 상반기 중에 중·고가 욕실 리모델링 패키지 상품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욕실 리모델링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다. 대림바스는 디자인 부분에서도 수준급이라고 자부한다. 실제로 대림바스의 '자동물내림 일체형비데 스마트렛 엣지'와 '스마트렛 핏', '스마트 탑볼 세면기', '앙헬 폴스 수전 시리즈' 등 총 4개 제품이 국내 3대 디자인 어워드에 속하는 '2022 굿디자인(GD) 어워드'와 '2022 핀업 디자인 어워드'에서 동시에 우수 디자인으로 선정됐다. 대림바스는 지금까지 굿디자인 어워드에서 51건, 핀업 디자인 어워드에서 38건의 수상 기록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누스는 욕실 시공 안심 솔루션 강화를 통해 욕실 리모델링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품질보증 기간(1년)을 2배로 늘려 최대 2년간 유지되는 무상 품질보증 서비스 '욕실 케어 플러스'를 시작해 반응이 좋다는 전언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누스는 자사몰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매출(합산)이 올 상반기(1~5월) 대비 하반기(6~10월)에만 174%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산 브랜드가 선전 중이기는 하지만, 넘어서야 할 인식의 벽은 아직 높다. 외국 브랜드를 써야 집의 가치와 품격이 더 올라간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재건축 '최대어'인 둔촌주공은 분담금 증가가 우려된다는 일부 입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메리칸 스탠다드를 기본 적용했고, 유상 옵션으로 콜러를 허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브랜드 파워를 보고 구매하는 고객층이 많아 시공사들도 어쩔 수 없이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괜히 국산 제품을 쓰고 '싼 걸 했다'는 말이 듣기 싫기 때문"이라며 "아직도 국산 브랜드는 휴게소나 공공 화장실에서 쓰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외국 브랜드의 보급형으로 나온 제품은 중국산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국산 고급 제품을 견주면 제품력이나 A/S, 디자인 면에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국산 브랜드가 더 좋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외국 브랜드만 찾는 건 옳은 소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19 07:00
부동산

”공사비 안올려주면 안지어요"…수주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건설사들

잇따른 금리 인상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빚는 정비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는 이미 공사를 시작했는데 종전보다 50% 이상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사도 등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맞서는 가운데 건설사는 "증액은 물론 공기도 늘려달라"는 등의 요구만 쏟아내고 있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들어서는 3100가구 규모 재건축 단지 신반포4지구가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과 반목 중이다. GS건설은 설계 변경과 물가·금리 인상을 이유로 공사비를 약 50%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경우 신반포4지구는 공사비가 기존 9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4700억원 증액된다. 조합은 인상이 아닌 건설사의 요구일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GS건설은 이번 인상이 설계 변경으로 늘어난 공사비 2900억원에 금리 인상과 착공 지연으로 늘어난 금융 비용,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여러 경비 1800억원을 더한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학규 신반포4지구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GS건설과 계약을 맺을 때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액은 없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건설사는 그걸 이유로 증액을 요구 중이다. 처음부터 성립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셈"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GS건설과 교감할 때 특화 설계를 적용할 경우 2000억원 수준은 공사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4700억원은 지나치다. 부가세를 제외한 총 공사비 9300억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신반포4지구는 가급적 원만한 합의를 원하고 있었다. 1년 반 전에 착공했는데, 이제 와서 공사비를 가지고 소송을 해 시공이 중단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학규 조합장은 "계약 당시 착공 후 물가 인상분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으로 줄 수가 없다"며 "서로 의견 수렴을 해 나가되 그런데도 검증 없이 5000억원을 요구한다면 (법원 소송에 따른) 판결로 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비뿐만이 아니다. 조합 및 정비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준공 시기를 원래 목표였던 2024년 12월보다 10개월가량 늦춰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공기가 지나치게 늘어났다며 맞서고 있다. GS건설은 한국부동산원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등을 통해 조정 가능한 부분에 한해 최대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부분은 검증을 거치고, 물가 상승률 등 늘어난 비용을 반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과 협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약자는 조합이다. 이미 공사가 무르익은 시점에서 증액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조합이 물어야 할 각종 이자가 늘어난다. 신반포 4지구는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총 공사액 1조원 규모의 대어급 재건축 단지로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GS건설 외에도 롯데건설까지 수주전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였는데, 각종 파격 혜택과 공세전을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막말로 수주전 때야 한 표라도 더 받으려고 뭔 말을 못하겠나.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게 이런 것 아닌가"라며 "이제 공사비가 1000억~2000억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다만 신반포4지구는 다소 인상 요구안 폭이 크다"고 말했다. 합의할 제도 마련 필요 공사비 급등에 조합이 시공사를 교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은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과 공사비 증액계약을 통해 1000억원가량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DL이앤씨도 경기 성남시 금광1구역, 경기 안양시 호계온천 주변 지구 재개발 등에서 공사비를 증액했다고 정정공시했다. 공사 중단 사태를 빚었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도 공사비 6000억원 증액을 조합이 거부했다가 결국 1조1000억원을 증액하게 됐다. 김정재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요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설계 및 건설 마감재 변경,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은 총 4조6814억7400만원(총 54건)이었다. 전국의 정비사업 단지에서 최초 계약한 공사비 기준 시공사의 요구로 늘어난 공사비를 합친 액수다. 2019년 10월 시행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조합원 20% 이상 요청이 있거나 법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면, 정비사업 시행자가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무적으로 요청하도록 했다. 조합을 대신해 부동산원이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자료 검토와 현장 실사를 통해 시공사의 요구액이 적정한지를 판별한다. 그러나 2019년부터 지난 7월까지 검증을 요청받은 54건(4조6814억7400만 원)을 분석한 결과, 증액 공사비 적정액은 3조4887억2900만원이었다. 시공사가 요구한 액수의 75% 정도에 그친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원의 검증 결과에 따라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과도하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도 공사비를 낮춰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이 '더 달라'면서 공사를 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김정재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공사비 계약은 사인 간 거래인 만큼 국가가 강행 규정으로 다루긴 어렵다"며 "한국부동산원에 '갈등중재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시공사와 조합이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설계 및 자재 등이 고급인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단지가 늘었고, 최근 전반적인 회부 환경이 급변한 것이 사실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이익이 남아야 사업을 이어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비사업 업계가 강남권은 사업성이 높지 않아도 수주를 많이 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앞으로도 이런 갈등은 더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2.05 07:36
부동산

끝없이 싸우는 영끌족 vs 폭락이…"사실은 모두가 패자라고요?"

최근 집값이 내려가면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과 집값이 폭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폭락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영끌족들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그동안 집을 사지 않은 이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식이다. 이들은 서로를 향해 "누가 영끌족 되라고 시켰나. 집값 더 내려가야 한다" "넌 평생 집 못 살 것"이라며 비난과 저주의 말을 퍼붓고 있다. 서로 조롱하는 세태 40대 남성 A 씨는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영끌 누가 하래?'라는 제목의 글인데 "투자를 빙자한 도박 해놓고 누구 탓을 하냐? 한국은행에서 빅스텝하면 가관이겠다. 이 글 본 폭등이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손절매하길 바란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입장이 다른 이들끼리 두 갈래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비난하고 있어서다. 이 글의 내용에 동조하는 이들은 "누가 칼 들고 집 사라고 협박했냐?" "(금리를) 1% 올려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다. 반면 다른 생각을 가진 회원들은 "무주택자의 설움 폭발한다" "난 영끌족인데 힘들지 않다. 글쓴이는 왜 화를 내나?"라며 치고받았다. 익명 게시판이기는 하지만 회사명이 노출되는 앱인데도, 댓글 중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한 욕설도 있었다. A 씨는 "댓글 가운데 '영끌이랑, 폭락이랑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영끌족도 아니고, 집값 폭락을 원하는 소위 폭락이도 아닌데, 댓글만 봐도 입맛이 썼다. 나라가 반으로 갈라졌다"고 했다. 블라인드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부동산 관련 기사나 금리 인상 기사 게시판에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집값 하락을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넌 평생 집 못 살 것"이라며 저주를 퍼붓고, 반대편에서는 "폭락해서 망하라"고 받아친다. 1년 사이 '극과 극' 부동산 탓 그만큼 시대가 불안하다. 지난 15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81% 떨어졌다. 이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2월(-1.39%)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특히 영끌족이 몰린 것으로 분석되는 경기도는 전월 대비 1.10%, 인천은 1.29% 떨어져 월간 하락 폭이 1%를 넘었다. 최근 주택시장은 금리 인상 지속으로 매수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시세보다 대폭 가격을 낮춘 '급급매물'만 일부 거래되며 가격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특히 아파트는 서울이 이달 1.24% 떨어지면서 하락률이 1%대로 올라섰다. 2008년 12월(-1.73%)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전월보다 0.58%p(포인트) 급등한 3.98%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코픽스가 4%대에 육박한 것은 2010년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자금시장 경색에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오른 결과다. 업계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최고금리가 조만간 8%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발표되는 각종 지표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가격은 전년인 2020년 말 대비 14.97% 오르면서 2002년(16.43%) 이후 19년 만에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고, 자가 마련을 원하는 수요가 폭등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20년 대비 2021년 보유주택 수가 늘어난 사람은 139만3000명에 달한다. 그중 103만6000명은 무주택자에서 유주택자로 전환된 사람으로 고점에 물렸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스트레스가 분노로 전문가들은 영끌족과 폭락이 모두 피해자이며, 피해자끼리 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한국인에게 집이 가진 복잡하고 다양한 개념부터 톺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문화평론가는 "한국인은 집을 수도권 요지에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는 자녀 교육의 문제, 경제 활동의 문제, 집권당의 정책까지 매우 다양한 이슈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야기한 시스템과 전체 구조를 바꿀 생각을 해야지, 같은 피해자끼리 상처를 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도 꼬집었다. 정 문화평론가는 "집값 폭등과 폭락의 문제는 현 상황을 야기한 정책과 시스템, 구조 돌아봐야 한다. 이런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지 않고 영끌족과 폭락이들이 서로 악플을 다는 것은 엉뚱하게 피해자끼리 싸우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 개인에게 거대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는 잘 보이지 않고 늘 가까운 '희생양'은 눈에 잘 들어온다. 비판의 방향과 상대를 정확하게 잡아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뉴스에 악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갈등과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분노의 표시가 악플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서로를 향한 도 넘은 비난의 목소리는 사회적인 측면에서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악플은 화풀이를 통해 자신의 스트레스를 날릴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금리가 집값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금리 추이를 보고 집 구매 시기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21 07:00
부동산

'그사세' 월세4000만원+보증금 4억, 도대체 누가 살까?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가운데 월세만 1000만~4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월세'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초고가 월세에 거주하는 이들의 직업과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월세가 4000만원?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총 4만5085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량은 총 1만5788건으로 전체 거래비중의 35.0%였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100만원 이상 거래량 1만675건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7.9% 증가했다. 1000만원 이상 초고가 월세 거래도 74건(0.2%)에 달하면서 지난해 상반기(26건)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말이 1000만원이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2000만~4000만원 대도 적지 않다. 실거래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최고 월세를 기록한 아파트는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면적 273.96㎡(6층)로, 지난 3월 보증금 4억·월세 40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이뤄졌다. 이어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용 241.93㎡(36층)이 4월 보증금 4억·월세 2600만원,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3㎡(6층)이 1월 보증금 5억·월세 2500만원에 거래됐다.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312㎡(3층)은 올해 3월 종전 계약금액인 보증금 2억·월세 1300만원보다 700만원 오른 보증금 2억·월세 2000만원에 갱신계약이 이뤄졌다. 5월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69.31㎡(3층)는 직전 거래가인 보증금 3억·월세 600만원에서 보증금 3억·월세 1100만원으로 갱신됐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84㎡도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0만원 거래가 이뤄졌다. 초고가 월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달 관리비가 수백만 원 이상인 곳도 적지 않다.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 앱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 전용면적 195㎡(81평) 매물의 한 달 평균 관리비는 110만원이었다. 에어컨 등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에는 14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더힐' 전용면적 206㎡의 한 달 평균 관리비는 97만원이다. 여름에는 약 11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평균 관리비와 실제 관리비 사이에 약 100만원가량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균 관리비에는 각종 커뮤니티 시설 사용료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물론 월세든 관리비든 비싼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시설이 좋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갤러리아포레나 한남동 소재 고급 빌라 등에 갖춰진 각종 편의 시설과 서비스 내용이 공유되고 있다. 수영장과 골프장, 영화관, 고급 사우나가 딸린 헬스장은 기본이다. 삼시 세끼를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코스로 선택할 수 있고, 언제든 청소와 세탁 서비스도 전화 한 통이면 이용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곳도 많다. 지난해 11월 건축 허가가 난 워너청담은 국내 최초로 주택 내부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가라지'가 있다. 각 세대에 자동차용 엘리베이터를 갖춰 거실에 포르쉐나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를 관상용으로 주차할 수 있다고 한다. 거주자들은 월 관리비가 아깝지 않다는 분위기다. 성수동 트리마제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입주자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관리비에 사우나와 헬스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 별도로 전기세와 청소, 식사 비용이 사용하면 부과된다"며 "단지에 상주하며 근무하는 직원만 어지간한 중소기업 수준으로 관리가 잘 된다. 관리비가 적지 않지만, 서비스 품질 대비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도대체 누가 살까 월 2000만원을 5년 동안 모으면 약 12억원이 모인다. 10년이면 24억원이다. 월 수백만 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모으면 1년이면 어지간한 중형차 한 대 가격이 나온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월세와 관리비 낼 돈을 모아 착실하게 집을 사는 편이 낫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업계는 집을 사지 않고 막대한 월세와 관리비를 내면서 사는 사람들의 직업군과 유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회사의 CEO나 임원급 직원으로 파견을 온 외국인, 이미 자가가 있지만 편리하고 입지가 좋은 집에 살고 싶어하는 신흥 자산가, 법인 등이 월세를 부담하는 회사의 고위 직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울 청담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런 집은 평범한 사람은 못산다. 보통 내국인의 경우 이런 집은 실거주 목적보다는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월세 수입 등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매매를 선택한다"며 "외국인 CEO나 임원이나 자산가는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거주 편리성에 목적을 둔다"고 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나 주식으로 큰돈을 번 젊은 층이 초고가 월세에 거주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영 앤 리치'로 불리는 연예인도 막대한 월세나 관리비를 내며 살고 있다. 서울 한남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꼭 유엔빌리지나 한남더힐이 아니어도 이 일대에 연예인이 많이 거주한다. 한강 뷰로 한남동과 이태원이 가깝다. 그런데 자가가 아닌 월세인 경우가 많다. 세금 문제나 절세 때문일 수도 있고, 소속사와 계약 사항일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커뮤니티 시스템이 잘 돼 있는 주상복합이나 케이터링 서비스가 되는 대형 오피스텔은 월 관리비가 당연히 많이 나온다. 월 100만~200만원 수준인 곳도 있는데 여기 사는 분들한테는 많은 액수가 아니고, 연예인 거주자의 경우 소속사에서 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한남동 인근 한 오피스텔에 유명 걸그룹 출신 멤버가 오랜 시간 같은 곳에서 세입자로 살았는데, 관리비가 100만원가량 되지만 단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다고도 했다. 엄청난 관리비와 월세로 대중을 놀라게 한 갤러리아 포레는 김수현, 인순이, 지드래곤, 한예슬 등 유명 연예인이 많이 사는 아파트로 더욱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망해도 월 1000만원씩 내고 사는 '월천족'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제는 '월이삼천족'이 적지 않다. 금리 인상으로 월세가 올해만 20~30% 급등하면서 '월사천족'도 더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지속할 것으로 보이자 세입자들이 전세자금 대출이자보다 정해진 월세를 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돼 월세 수요가 늘어났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1.07 07:00
부동산

어느 영끌러의 하소연…"우리 집 가격 결정하는 '그 집'이 두렵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영끌러'들의 마음고생이 깊어지고 있다. 집값 급등기였던 최근 1~2년 사이에 주택을 매수했는데 실거래가를 밑도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급매' '급급매' 매물이 종전 실거래가 보다 수 억원 이상 떨어진 호가를 부르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영끌러도 늘어나고 있다. 잠 못 드는 영끌러들 "뚝뚝 떨어지는 호가만 보면 밥맛도 뚝뚝 떨어져요." 40대 회사원 A 씨는 요즘 들어 주기적으로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테고리를 검색하는 습관이 생겼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에 18억5000만원대에 장만한 아파트의 실거래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A 씨는 "사실 내가 아파트를 산 뒤 약 1억원 더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된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몇천만 원씩 야금야금 떨어지더니 내가 산 가격대까지 내려왔다"며 씁쓸해했다. A 씨를 더 속상하게 하는 건 더 있었다. 실거래가를 크게 밑도는 호가다. 그는 "단지가 커서 매물도 많다. 그중에는 '급급매'를 달고 호가가 17억원 수준인 것도 있다. 이 가격에 실거래가 된다면, 아직 입주도 못 했는데 손해를 봤다는 생각에 멘탈 관리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A 씨처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가면서 불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소위 말하는 다주택자도 아니라 '평생을 살 자가'라면서 마련한 1가구 1주택자인데도, '내가 최고점에서 집을 샀다'는 허탈감을 떨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세태를 반영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유머도 돌고 있다. '내 아파트값은 내가 산 가격도 아니고, 내가 부르는 호가도 아니고, 우리 단지에서 제일 빚 많은 세대의 이자 지불 능력에 달렸다'는 것이다. A 씨는 "이 글을 읽고 '현타'가 왔다. 나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금리 인상 부담이 큰데, 나 혼자 허리띠 졸라매고 이자 내면 뭐하나 싶다"며 "우리 단지 사는 누군가가 빚 감당 못 하고 싼 가격에 던지면 그게 내 집 가격이 되는 판"이라고 했다. 그는 이 유머가 인터넷상에 떠도는 명언을 뜻하는 '띵언'이라면서 친구들 사이에 돌려봤다고도 했다. 본지가 확인한 결과, 종전 최고가를 크게 밑도는 실거래가 속출하는 데 이어 이 가격이 해당 단지의 평균 호가가 되는 상황이 적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대표 아파트인 '잠실엘스'는 이달 초 전용면적 84.8㎡가 19억5000만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지난해 10월 같은 면적이 27억원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억5000만원이 떨어졌다. 23억1000만원에 거래된 지난 8월과 비교해도 3억6000만원이 하락했다. 실거래 가격이 대폭 낮아지면서 이 단지의 호가도 더 떨어지는 모양새다. 매물로 나온 전용면적 84.8㎡ 중에는 최저가인 19억5000만원에 나온 세대도 있다. 잠실엘스는 '리센츠' '트리지움'과 함께 송파구를 대표하는 아파트다. 그러나 잠실 일대에서는 이러다가 '엘리트'로 불렸던 잠실엘스의 30평대 가격이 20억원 선도 지키지 못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급급매' 호가가 우리 집 시세 전문가들은 영끌러들의 이런 자조의 목소리가 현실을 일부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우리 단지에서 제일 빚 많은 세대의 이자 지급능력에 우리 집값이 달렸다'는 말들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급매 가격이 우리 집 시세인 것은 맞다"라고 했다. 다만 윤 수석연구원은 '묻지마식' 문어발 투자로 대출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다주택자가 아니라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봤다. 1주택자의 경우 대출 금리 인상이 부담돼 매도를 택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월세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현재는 시스템적인 위기로 1주택자보다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던지는 사례가 많다"며 "만약 1주택자가 이자 부담 때문에 하락기에 급매를 선택한다면 그건 애초부터 본인의 소득 수준을 넘는 집을 샀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날마다 집값 하락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공포에 떠는 1주택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른바 '영끌' '빚투' '패닉바잉'으로 집을 무리하게 사들였지만, 집값이 급락하면서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집을 새로 사기는커녕 트라우마와 싸우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이어 "금리 충격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런 공포 심리가 스마트폰을 타고 급속히 전염되고 있다. 모두 스마트폰만 쳐다보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 2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년 동안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69%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른 것으로 이 업체가 2013년 9월부터 조사한 이래 가장 높다. '내릴 것'이라는 응답은 6월 조사에서 44%로 역대 최고치를 깬 후 5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12%로 역대 최소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내리는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이달 19일 기준 555건으로 지난해 9월(2691건)의 약 5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강북이 가장 먼저 떨어진다. 구별로 노원구(-0.41%)와 도봉구(-0.42%)가 0.4% 이상 떨어졌고, 성북구(-0.37%)·서대문구(-0.31%)·금천구(-0.30%) 등도 낙폭이 컸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지난주 -0.31%에서 금주 -0.38%로 낙폭이 커졌고, 강남구(-0.20%)·서초구(-0.16%)도 지난주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0.3%대의 하락률을 보인 것은 한국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마다 급매가 없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정이 급하다 보니 '급급매', '초급매'에 '초초급매'까지 써 붙이고, 경매 직전 단계로 보일 정도의 제2금융권 대출승계를 내거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0.24 07:00
부동산

"상가 점포 계약했는데 '억' 날리게 생겼어요"…신도시 분양 사기에 우는 중서민들

최근 경기도 신도시에 상가 점포를 분양받았다가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몰린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상가 점포는 30억원에서 100억원에 달하는 빌딩과 비교해 직장인이나 은퇴자 등 중서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그러나 분양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계약금을 날릴 처지에 몰리거나, 분양은 받았는데 임대가 되지 않아 퇴직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이들까지 다양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지정'이란 말만 믿었는데… "시행사가 상가 전체에 사실상 독점과 같은 효력이 있는 '업종 지정'을 약속받아 준다고 한 녹취록도 있는데, 자기네는 모르는 일이라네요." 약사 A 씨는 개국을 위해 지난 4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에 있는 신축 오피스텔 겸 근린생활시설 1층의 한 호실을 분양받기로 결심했다. 2층에 약 300평 규모의 의원이 문을 열고 성업 중인데, 해당 건물에 아직 약국이 들어서지 않아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 씨는 "약국 개국(개업)을 고민하던 중에 '독점 약국 분양'이라고 홍보하던 이 상가 점포를 알게 됐다"며 "분양 대행사와 시행사가 '독점과 비슷한 법적 효력이 있는 업종지정확인서를 상가 전체 호실에서 받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만 믿고 덜컥 사인했다"고 털어놨다. 업종 지정이란 지정된 해당 호실 이외의 호실에서는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건물에 또 다른 약국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A 씨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계약금을 보낸 직후에 벌어졌다. 이 건물은 1~2층을 상가, 나머지 층은 오피스텔로 사용 중이다. 그런데 이 건물의 시행사인 안강개발 측은 상가 1층의 타 호실 및 2층의 일부 호실을 상대로 업종지정확인서를 받아줬으나, 2층의 10여 개 호실에 대해서는 받지 못했다. A 씨에 따르면 10개 호실을 분양받은 이는 현재 임대 중인 업종(병원)이 계약 기간 만료 등 다양한 사유로 공실이 될 경우, 약국을 낼 수도 있다면서 분양사에 확인서를 주지 않았다. A 씨는 "분양가만 10억원에 달하는 고가 점포다. 만약 2층에 다른 약국이 들어오면 영업을 이어나가기 어렵다. 분양사가 독점과 같은 효력의 업종지정확인서를 받아준다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면서 모르쇠로 일관 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를 속상하게 하는 부분은 더 있다. 분양사 측이 약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호실을 분양 중이라는 홍보성 게시글을 올린 것을 확인한 것이다. A 씨는 "병원이 있는 상가 2층의 10여 개 호실에서 업종 지정을 보장받지 못하면, 누가 들어와도 약국 운영이 어렵다. 나와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계약자인 남편과 함께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이 건물은 종합부동산·건설그룹 안강건설이 짓고, 안강개발이 시행을 맡았다. 안강건설은 지난 2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 입회한 프로 선수 등을 주축으로 여자 프로 골프단을 창단할 정도로 업계 내 규모가 작지 않다. 안강개발 관계자는 본지에 "현재 수분양자의 소장이 접수됐다고 알고 있다. 아직 우리는 법리적인 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로, 추후 계약금을 반환할지 혹은 소송을 그대로 진행할지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써는 아무것도 정리되거나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책임 임대' 약속 믿었는데… "책임지고 임대 해준다고 했었거든요. 지금은 손실금만 어림잡아 3억원은 됩니다" 50대 중반의 B 씨는 2018년 경기도 하남 미사 신도시에 있는 상가 점포를 몇 호실 분양받았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미사경정공원이 멀지 않고, 새로 유입되는 인구도 많은 지역이어서 "임대 걱정은 하지 말라. 우리가 책임지고 임대 관리를 해주겠다"던 분양 대행사의 말을 믿었다. 고민하던 B 씨는 "늘그막에 월급 나오는 투자처를 만들자"는 생각에 노후 자금이던 퇴직금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어렵게 들어왔던 임차인은 장사가 잘 안된다면서 나갔다. B 씨의 상가 점포 중에는 분양 뒤 한 차례도 임차인을 맞이하지 못한 채 공실인 곳도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안정적인 임대료를 꿈꿨던 B 씨는 이자를 내기 위해 투잡을 뛰고 있다. 한때 수익형 부동산이 집결한 지역으로 주목받던 미사역 인근 중심상가는 공실률이 낮게는 30% 높게는 50%에 이른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핵심 상권인 지하철역 근처에 상가점포가 수만개는 된다. 한때는 웃돈도 붙었지만, 지금은 공실 때문에 골칫덩이가 됐다"며 "미사경정공원이 조망되는 상가 중에서도 공실인 곳이 많다"라고 했다. 상가 공급이 차고 넘친 결과다. 부동산R114의 상가 입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전국의 상가 입주물량은 총 2만6217개로, 지난해 3만2752개에 비해 2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역별 상가 입주 물량은 수도권 2만1594개(82.4%), 지방 4623개(17.6%)로 큰 차이를 보였다. 부동산R114는 신도시 등 택지지구 개발로 경기도 등 수도권에 상가 공급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상가 점포를 계약할 때 분양사의 말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상가 점포로 고통을 겪는 분 중에는 계약할 때 공급자(시행사나 분양사)의 말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경우가 많다"며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이 걸린 일이다. 이런 큰돈을 투자할 때는 공급자 외에도 다른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 공부를 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경기·인천 내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이 우려돼 상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며 "택지지구 내 대규모 아파트 배후 수요를 끼고 있더라도 일대에 상가 물량이 많다면 공실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9.05 07:00
부동산

[금쪽같은우리집] 수질관리부터 비키니까지…'아터파크'의 신세계

최근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워터파크 기능을 더한 '아터파크'가 늘어나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적용한 신축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터파크는 어린이들이 바캉스를 가지 않아도 단지 내에서 충분한 놀이를 할 수 있고 사설 워터파크를 방불케 하는 시설과 관리로 인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관리비가 발생하고, 부모들이 비키니 등 다소 민망한 의상을 입고 아터파크에 입장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워터파크 못지않네 "웬만한 워터파크보다 훨씬 좋더라고요." 30대 주부 김선영 씨는 최근 지인의 초대로 자녀와 함께 경기도 수원시 A아파트에 있는 아터파크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파트에 있는 물놀이 시설 정도로 알고 갔는데, 시설과 규모 면에서 외부 워터파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스펙'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녀가 유치원생이라 혹시라도 물놀이 시설이 너무 작아서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며 "막상 가보니 초대형 물통에서 물이 쏟아지는 어드벤처 풀부터 대형 슬라이드까지 갖춰놓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어지간한 사설 워터파크 시설보다 나았다"며 만족해했다. 김 씨가 아터파크에 놀란 부분은 더 있었다. 탁월한 관리다. 이 아파트는 아터파크에 출입할 때 열 체크는 물론 인원 규제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사설 안전요원도 규정보다 세 배 더 배치했다. 전염병을 막기 위해 물도 날마다 교체한다. 또 안전요원의 근무환경 및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40분 놀이 뒤 20분 휴식, 한 시간에 10분씩 수질 정리, 음식물 반입 금지 등의 세부 규칙도 마련했다. 김 씨는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지 않는 월요일과 재활용품 배출 날인 수요일을 제외하면 한여름인 8월 한 달 내내 같은 규정을 준수한다고 들었다. 무척 깔끔하고 안전 관리도 엄격해서 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터파크를 개장할 때 안전을 최우선에 뒀다. 수족구나 장염이 돌 것을 우려해 날마다 물을 새로 갈고, 안전요원도 사고가 나기 쉬운 미끄럼틀 아래와 위에 고루 배치했다. 물놀이 시설은 12세 이하만 이용하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 단지에서는 아직까지 아터파크에 방문한 뒤 코로나19에 걸렸다거나 전염병에 걸렸다는 신고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이 지역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수원시 일대에 아터파크 자체가 몇 개 없을뿐더러 관리가 잘 된다고 소문이 나면서 "입주민이 아닌데 들어갈 수 없느냐" "아터파크 출입 팔찌를 별도로 구매할 수 없느냐"는 문의를 받을 정도다. 이 이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민 중에 친척이 있거나 지인이 있는 경우에 이따금 지인 찬스를 활용해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우리 아터파크는 원칙적으로 입주민 전용 이용 시설이다"고 강조했다. A아파트는 2335세대에 달하는 대단지다. 시설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입주민 간 이견이 적은 편이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터파크를 운영하는데 하루 물값은 2만원 수준이다. 각 세대가 나누면 10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준비 및 운영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어서 입주민 협조와 지지 속에 아터파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옷차림·관리비 논란도 모든 아터파크가 이 단지처럼 잘 운영되는 건 아니다. 운영에 필요한 경비나 옷차림 등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아터파크는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 도서관 등과 더불어 커뮤니티 시설에 속한다. 커뮤니티 시설이 많고 관리가 잘 될수록 관리비가 증가한다. 모든 입주민이 커뮤니티 시설 운영 및 관리비 증가에 동의하지 않으면 분쟁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특히 물이 대량 동원되는 수영장이나 물놀이 시설은 비용 추가가 적지 않아서 갈등의 불씨가 되곤 한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이 잡음 없이 잘 운영되려면 대단지여야 한다"며 "세대수가 적은 편인데 수영장까지 보유할 경우 많게는 물값에 전기료, 각종 유지비로 3만~5만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수영장과 아터파크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인도 출입을 허용하는 식으로 관리비를 줄인다. 가령 입주민에게는 공짜이지만, 외부인이 사용할 때는 5000원에서 1만원씩 부담금을 받는 식이다. 여경희 부동산 114 연구원은 "커뮤니티 시설은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선택할 때 중요한 부분으로 보고 선택하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입주가 이뤄진 뒤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하면서 일부 분쟁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커뮤니티 시설 이용 범위를 두고 시비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을 입주민에게만 공개한다. 그러나 외부인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영장이나 아터파크 등을 사용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GS건설의 반포자이 아파트는 단지 내 아터파크를 외부인이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소음 등의 문제가 생기자 입주자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아터파크가 대중화하면서 옷차림 문제도 대두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터파크에 비키니나 가슴이 드러나는 요가복 등 민망한 옷차림으로 등장하는 보호자 때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산 지역 기반 한 맘 카페에서는 '아파트 물놀이터에서 비키니 입는 것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까지 등장했다. 카페 회원들은 "아이들이 민망해할 것 같다" "남 이사 뭘 하든 무슨 상관인가" "아빠들이 삼각팬티만 입으면 어떻게 말할까" "실제로 봤는데 용기가 대단하다"는 등의 글을 빼곡하게 달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터파크는 최근 신축 아파트 추세인 고급 커뮤니티 시설 중 하나다. 과거에는 전국에 몇 개 없었지만, 이제는 대중화하는 단계"라면서 "복장 논란이나 관리비 갈등 등은 통과의례다. 시설이 보편화하면서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8.22 07:00
부동산

[금쪽같은우리집] 주거용 아파트 짓는데 세계적 거장이 총동원돼야 하나요?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해외 유명 설계 그룹이나 조명 디자이너를 동원해 조감도를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자 '세계적인 거장'이라고 소개되는 이들은 이름과 수식어만 들어도 놀랄만한 이력을 자랑한다. 업계는 건설사들의 이런 노력을 수주전에서 찾고 있다. 그럴듯한 설계사를 끌어들여 멋진 조감도를 선보여야 조합원들의 눈과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거주가 목적인 아파트마다 거장들이 모두 참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읽기도 어려운 '거장'의 이름 설계 그룹 '저디', 설치 예술 명가 '완다 바르셀로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 바스쿠&클루그'…. DL이앤씨가 지난해 8월 북가좌6구역 재건축 사업에 '드레브 372' 단지를 제안하며 내건 이름들이다. 또박또박 읽기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이들은 건축 및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거장이라고 한다. 저디는 미국 라스베가스 5성급 호텔 벨라지오‧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 등 세계적 랜드마크를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이다. 완다 바르셀로나는 설치 예술업계 저명한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종이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듀오 바스쿠&클루그는 유럽 조명 분야에서 명성이 있다. DL이앤씨는 당시 홍보 자료를 통해 이 단지에만 7명의 거장과 협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중에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티보 에렘'도 포함된다. DL이앤씨는 거장을 총동원한 덕에 막판까지 롯데건설을 꺾고 북가좌6구역을 품에 안았다. 다른 건설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물산은 2020년 신반포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래미안 원펜타스'를 제안하고 네덜란드 '유엔 스튜디오'와 손을 잡았다. 유엔 스튜디오는 지난 1988년 네덜란드 부부 건축가 '벤 판 베르켈'과 '캘롤라인 보스'가 설립한 설계 사무소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등을 디자인하며 명성을 높였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패턴 디자이너 네덜란드 '카럴 마르턴스', 영국 공간예술가 '신타 탄트라',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과 협업을 추진해왔다. 포스코건설 역시 네덜란드의 그로닝거 미술관, 일본 히로시마 파라다이스 타워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에게 아파트 디자인을 맡긴 전례가 있다. 표절 시비도 해외 유명 설계사와 협업이 수주전 승리의 열쇳말이 되면서 표절 시비가 불거지기도 한다. 올해 초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맞붙었던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관양 현대)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HDC현산개발은 건축 명가 SMDP, 롯데건설은 저디와 협업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부에서 롯데건설이 조합 측에 제시하는 책자에 공개한 아파트 디자인이 과거 HDC현산개발과 롯데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뤘던 부산 대연8구역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롯데건설이 저디와 협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추가했고, 저디가 관양 현대를 디자인하기에는 다소 기간이 짧다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도 들끓었다. 파장이 컸다. 부산 대연8구역을 디자인한 SMDP 측은 롯데건설 측에 공문을 보내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SMDP 측은 "롯데건설과 롯데건설의 설계사에 설계 무단도용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롯데건설 측은 "디자인 표절 의혹은 사실무근이다. 디자인을 모방할 이유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단지에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캐슬'을 도입하고,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 등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롯데건설의 노력에도 관양 현대는 HDC현산개발에 돌아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디자인이슈와 관련해 "오랜기간 준비한 세계적 디자인 그룹 '저디'社와의 디자인이 치열한 수주전 속에서 왜곡된 방향으로 알려졌다" 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한 설계사나 아티스트를 데려오면 조합에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고 그럴듯해 보이니까 무리해서 협업을 추진하고, 결국 탈이 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거장 좋아하다 공사비만 '쑥' 건설사들은 거장과 협업 배경으로 차별화를 거론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조경이나 디자인의 수준을 예술로 끌어올리고, (수주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확실한 장점을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해외 설계사를 동원한 과도한 디자인 경쟁은 공사비 증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북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B 조합 관계자는 "문주도 멋있게 짓고, 스카이 브릿지도 연결하는 곳이 늘었다. 멋있긴 하지만 결국 공사비 증가로 (시공사와) 싸움만 난다. 조합 입장에서는 다 대출"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학계는 건설사의 이런 트렌드에 분명한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명식 동국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세계적 거장이 한국 아파트 설계에 참여하면 한국을 알릴 수 있고, 세계 건축계에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국내 설계사들에게는 자극도 된다. 건축업계 전반적인 부분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 교수는 주거가 목적인 공간마다 거장이 참여하는 트렌드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와 같은 주거 공간은 한국적인 생활공간에 맞고, 여러 국내 법규에 맞게 지어야 한다. 겉은 서구 것인데 내부 거주지는 법규적 환경이 따로 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실력 있는 설계사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및 한국퍼실리티매니지먼트학회 회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건설사가 해외 유명 설계사를 끌어와 단기간에 명품을 만들어 가치만 높이고, 조합은 비싼 것이라면서 반기는 구조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국 건축계가 자국에서조차 뒤로 밀려나면 설 곳이 없어지고 발전도 이룰 수 없어서다. 실제로 해외 거장은 국내외에서 떠받들어지지만, 실력 있는 국내 건축가들은 제대로 된 설계비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는 거장만 찾고, 한국 건축계는 침체하고, 아파트 거품만 가득 끼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최근 K컬처가 명성을 얻고 있다. 국가와 기업의 투자와 제도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 건축업계도 이런 노력과 지원, 정당한 대가만 뒤따른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8.01 07:00
부동산

[금쪽같은 우리집] 서장훈·한효주 건물 중개했다더니…가짜 공인중개사 판친다

유명 연예인에게 빌딩 중개를 했다면서 각종 TV쇼에 출연했던 '스타 공인중개사' A 씨가 자격을 갖추지 않은 중개보조원 신분이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인중개사가 된 이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자격증을 따고 힘들게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중개보조원이면서도 연예인과 인맥을 과시해 큰돈을 벌어왔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업계는 "정당한 자격을 갖춘 공인중개사를 보호하는 장치 마련과 함께 판치는 중개보조원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타 공인중개사'의 배신 1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최근 각종 방송에서 자신을 '공인중개사'라고 소개한 A 씨를 공인중개사 사칭 혐의로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사 의뢰했다. A 씨는 그동안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 연예인인 서장훈과 한효주·이종석 등의 부동산 투자를 맡아 왔다고 소개하면서 '스타 공인중개사'로 올라섰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공인중개사 10기이며, 고객 자산을 불려준 액수만 6조원에 달한다고 자랑했다. 대중은 자주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고, 탁월한 중개 실력을 갖춘 A 씨에게 부동산 컨설팅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잘 나가던 A 씨의 실체는 한 시민이 "A 씨가 진짜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확인해 달라"며 국토교통부와 협회에 민원을 제기하며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토부와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A 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빌딩 거래 전문 공인중개사 B 씨는 "솔직히 A 씨가 공인중개사가 아니고 보조원이라는 사실은 이 업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터라, 다들 이제야 알려지게 된 것뿐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A 씨가 방송에 나와서 소위 '건물주'로 불리는 스타에게 건물을 중개했다고 밝혔다. 수수료도 받았고, 몇 기(공인중개사)인지도 말했다. 사칭했으니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늘어나는 중개보조원, 왜 협회에 따르면 중개보조원은 2020년 3분기 9692명에서 그해 4분기 1만99명, 2021년 1분기 1만637명, 2021년 2분기 1만956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조원은 공인중개사 업무를 보조해주는 역할만 할 수 있다. 법률상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계약 내용을 설명하지 않기만 하면, 자격증이 없어도 4시간 직무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B 씨는 "중개보조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업계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자격 요건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영업력과 인맥이 부동산 중개인에게 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중개보조원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탁월한 영업력을 자랑하는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공인중개사를 사칭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린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주택 외 건물 매매 수수료율을 법정 상한 0.9% 이내 협의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가령 50억원 짜리 건물을 중개한다면 0.9%인 4500만 원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당연히 건물 매매 가격이 높아질수록 수수료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특히 A 씨처럼 대중에 널리 알려진 이들 중에는 법정 공인중개수수료 외에도 컨설팅 비용을 따로 받는 경우가 허다해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강남의 수백, 수천억 원짜리 매매를 중개하는 분 중에도 보조원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분 중에는 컨설팅 비용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수천억 원짜리 건물 중개를 하고 큰돈을 벌고 나면 3~5년 쉬다 나오는 분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B 씨는 "A 씨가 방송에 나가서 이름을 알리고 모객하는 순서를 밟았다"며 "A 씨가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것은 잘못했지만, 일부 언론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너무 띄워준 부분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개보조원 믿었다 '큰일' 유명세가 있다고 '가짜 공인중개사'만 믿고 매매를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43건 중 67.4%인 29건이 중개보조원 사고였다. 중개사고 3건 중 2건이 중개보조원에 의한 사고인 셈이다. 중개보조원 사고 비율은 2017년 61.2%에서 2018년 57.1%로 소폭 줄었다가 2019년 62.7%로 다시 늘었다. 중개보조원 중에는 고의 사고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협회 조사 결과 2016~2021년 5년간 중개보조원 고의 사고로 인한 공제금 청구 금액은 약 193억5300만원이다. 전체 공제사고 청구 금액(약 1182억원)의 20%가 중개보조원이 고의로 사고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협회가 제공하는 책임보장을 통해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중개업자가 개인일 경우 연 2억원, 법인은 연 4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거래금액이 이 한도를 초과하면 의뢰인들이 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다. 결국 개인이 조심해야 하는 구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15일 "중개보조원으로 인한 중개 사고가 전국적으로 만연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사고를 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협회는 정부와 국회에 중개보조원의 문제점을 알리고 인원수 제한이나 교육 제도 강화 등 다양한 방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7.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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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우리집] ”하이엔드 아파트? 그거 좋은 거 아닙니다”…하이엔드 남발, 바뀌는 조합들

대형 건설사가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앞다퉈 론칭하면서 고급 주거 브랜드에 대한 희소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요지에만 짓겠다던 하이엔드 브랜드가 우후죽순 들어서자 고급 브랜드만 쫓던 조합들도 생각을 바꾸는 분위기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건설사의 방안일 뿐이며, 치솟는 원자잿값을 고려할 때 조합에 유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요? 그거 좋은 거 아닙니다." 서울 강북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 관계자 A 씨가 손사래를 쳤다. "여러 건설사가 이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안했다고 들었다"는 질문에 되돌아온 반응이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제안을 한 건설사가 많긴 하다"면서도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뭐가 좋나 싶다. 결국 몇 년 써먹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론칭하는 순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10대 대형 건설사 중 하이엔드 브랜드를 현대건설(디에이치)과 대우건설(푸르지오 써밋), DL이앤씨(아크로), 롯데건설(르엘) 등이다. 이들 건설사는 '힐스테이트'와 '푸르지오' '이편한세상' '롯데캐슬'이라는 대표 주거 브랜드 보유 중이었다. 고급 주거 시설을 표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한 뒤에는 강남권 주요 지역에만 간판을 달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문제는 하이엔드 브랜드가 수도권 외곽은 물론 지방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총 공사비 6183억원 규모의 대구광역시 수성1지구 재개발사업에 아크로를 제안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DL이앤씨는 올해 초에도 서울 금천구 남서울 무지개아파트에 아크로 적용을 약속했다. 현대건설도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의 광천동 재개발 단지에 디에이치를 적용했다. 디에이치는 2015년 론칭 이후 강남권을 비롯해 용산구의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지 등 수도권 노른자위 입지에만 적용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올해 초 대전 유성구의 장대 B 구역 재개발사업에 지방 최초로 디에이치 도입을 알린 이후 광주까지 연이어 진출하게 됐다. A 씨는 "처음에는 하이엔드라면서 강남 요지에만 지었는데, 지금은 여기저기 다 짓지 않나. 요즘에는 (사업성이) 크다 싶은 조합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들이밀어서 수주에 성공하려는 분위기다"라고 꼬집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상황 속에서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가 더는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건설업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철근이나 유연탄과 같은 원자재는 물론 인건비까지 급증하면서 위축된 분위기다. 일부 대형건설사는 "지금은 무리하게 수주전에 참여했다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올해 수주는 상황을 봐 가면서 무리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다. 실제로 부산의 ‘재개발 대장’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하이엔드 브랜드 조건에 맞춰 공사비를 책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건설사들이 수주에 발을 빼면서 시공사 선정이 3차례나 유찰됐다. 조합 역시 연일 치솟는 공사비 때문에 시공사와 갈등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두 달째 공사 중단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조합이 대표적이다. A 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설계를 적용하면 마감재를 비싼 것으로 쓸 수밖에 없다. 어떤 곳은 평당 수백만 원씩 차이도 난다고 들었다"며 "지금 재건축·재개발을 추진 중인 조합마다 시공사와 공사비 가지고 난리다. 하이엔드를 쓰면 중간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돈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론칭 조합의 이런 분위기와 달리 대형 건설사의 하이엔드 사랑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수주전에 하이엔드를 들이밀어야 성과가 난다는 생각 때문이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동안 '더샵'만을 주거 브랜드로 밀어왔다. 그러나 조만간 하이엔드급 새 브랜드를 선보이고, 상징성이 높은 강남권 지역에서 수주한 단지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건설은 타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품은 브랜드를 위해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도 올해 초 특허청에 '드파인' '라테오' '아펠루나' 등 5개 브랜드에 대한 상표를 출원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을 위해 작업 중이다. 한동안 플랜트 사업에 집중했던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다시 주택건축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하이엔드 브랜드 출시가 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에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는 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은 곳은 삼성물산과 GS건설 정도다. 양사는 각각 '래미안'과 '자이'를 유일한 브랜드로 삼고 있다. 기존 브랜드만으로도 수주전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는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커뮤니티 시설에 힘을 준다. 공사비가 증액될 수밖에 없는 설계"라며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이엔드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이런 단지가 많아지면 브랜드 희소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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